부모님과 함께한 배낭여행 1편 프랑스: 고생마저 추억이 되는 파리의 미술관과 명소 완전 정복

 


오늘은 조금 특별한 여행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부모님을 모시고 떠난 프랑스 배낭여행기입니다. 보통 부모님과의 여행이라면 편안한 패키지나 휴양지를 떠올리시겠지만, 저희 가족은 무슨 용기였는지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본격적인 여행 정보를 드리기에 앞서,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부모님과의 여행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하루라도 더 젊으실 때 무조건 떠나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저와 함께 고생하며 여행하셨던 그 유럽 이야기를 하십니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추억으로 남으셨나 봅니다. 힘든 기억이 더 오래 남고, 지나고 나면 더 끈끈해지는 법이니까요.




저희 가족의 여행 출발은 조금 시트콤 같았습니다. 처음 출발은 하우스메이트였던 형제의 결혼식 다다음 날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형제의 결혼식을 치르고, 바로 다음 날 결혼식 뒷정리와 짐 싸기를 정말 급하게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네요. 지금 하라고 하면 체력적으로 도저히 못 할 것 같지만,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가족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해서 가족여행 겸 배낭여행을 강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결혼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형제는 빠졌습니다. 본인은 서운했겠지만, 온 가족이 다 같이 시간을 낼 수 있는 타이밍이 오직 그때뿐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긴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에피소드가 줄줄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파리 지하철 티켓 가격이 1인당 만 원이 넘는 꽤 비싼 금액이었는데, 제가 너무 자연스럽게 현장에 없는 형제 것까지 습관적으로 끊어버린 것입니다. 티켓을 나눠주는데 한 장이 남자, 가족들이 "티켓이 왜 남았냐, 누굴 놓고 온 거냐"며 공항에서부터 배를 잡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작부터 삐걱거렸지만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지요.

하지만 배낭여행의 현실은 곧 닥쳐왔습니다. 캐리어를 가져가시자니까 굳이 젊은이들처럼 배낭을 메야 한다고 우기셔서 배낭을 메고 오신 엄마는, 얼마 못 가서 힘들어서 못 걷겠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묵묵히 엄마의 짐까지 메고 끌고 다니며 취미인 사진을 찍으시던 아빠, 스마트폰으로 지도 찾기에 여념이 없던 다른 형제, 그리고 그저 유럽이라는 사실만으로 좋았던 저까지. 돌이켜보면 서로 짜증도 내고 힘들어도 했지만, 엄청난 추억이 많은,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이었습니다. 혼자 가지 말고 꼭 부모님을 모시고 가길 강력히 권하고 싶은 저의 프랑스 여행기, 이제 본격적으로 파리의 명소와 박물관들을 어떻게 정복했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파리 여행의 시작, 에펠탑과 샤요 궁

파리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역시 에펠탑이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게 유럽 여행, 특히 프랑스 여행의 상징은 누가 뭐래도 에펠탑입니다. TV나 영화에서만 보던 그 철탑 앞에 섰을 때 부모님이 보여주신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에펠탑 바로 밑보다는 샤요 궁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에펠탑을 정면에서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사진 찍기에도 최적의 장소입니다. 아빠는 이곳에서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연신 셔터를 누르셨습니다. 엄마를 에펠탑이 잘 보이는 난간에 세워두고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주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두 분의 데이트에 제가 낀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에펠탑은 낮과 밤, 두 번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낮에는 샤요 궁에서 웅장함을 느끼고, 밤에는 센강 유람선인 바토무슈를 타고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는 것이 체력 안배에도 좋습니다. 걷지 않고 앉아서 파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유람선은 다리가 아픈 부모님에게 최고의 휴식처이자 관광 코스였습니다.


예술의 바다에 빠지다, 루브르 박물관

파리 여행의 핵심은 역시 미술관 투어였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하는 박물관 투어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젊은 사람도 하루 종일 걸으면 지쳐 떨어지는 곳입니다.

저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습니다. 사전에 부모님이 꼭 보고 싶어 하시는 작품들 위주로 동선을 짰습니다.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상, 그리고 나폴레옹 대관식. 이렇게 핵심 작품만 보고 나오는데도 2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습니다.

특히 드넓은 루브르의 회랑을 걸으며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박물관 중간중간에 있는 벤치에서 충분히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루브르를 방문하실 계획이라면 부모님을 위해 휠체어 대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실 수도 있지만, 광활한 박물관에서 체력을 아끼는 것이 다음 일정을 위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인상파 화가들과의 만남,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가 고대부터 19세기의 방대한 역사를 다룬다면, 오르세 미술관은 부모님에게 훨씬 친숙하고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옛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독특한 구조 덕분에 들어서자마자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배웠던 고흐, 고갱, 밀레, 르누아르 등의 작품이 즐비했기 때문입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나 '만종' 앞에 섰을 때, 아빠는 한참 동안 그림을 들여다보셨습니다. "이 그림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씀하시던 아빠의 모습에서, 가장의 무게를 견디느라 잊고 살았던 예술에 대한 감수성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고흐의 강렬한 붓 터치가 살아있는 '자화상' 앞에서 엄마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교과서 속 세상이 아닌 현실의 예술 속에 함께 서 있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의 5층 대형 시계탑 앞에서 역광을 이용해 찍은 실루엣 사진은 지금도 부모님의 프로필 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빛과 물의 정원, 오랑주리 미술관

루브르와 오르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부모님이 가장 편안해하셨던 곳은 오랑주리 미술관이었습니다. 튀일리 정원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모네의 '수련' 연작을 위한 전용 전시실이 있는 곳입니다.

타원형의 방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수련 그림 앞에 앉아 있으면, 마치 지베르니의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이곳은 관람객들이 조용히 앉아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의자가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빡빡한 배낭여행 일정에 지친 다리를 쉬어가며, 부드러운 자연광 아래에서 모네가 그린 빛의 흐름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 엄마는 이곳이 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거대하고 압도적인 루브르보다,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오랑주리가 부모님의 감성에는 더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파리의 낭만, 몽마르트르 언덕

미술관 기행을 마치고 파리의 전경을 한눈에 담기 위해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예술가들의 거리이자 파리에서 가장 높은 지대입니다. 당연히 오르막길과 계단이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팁은 절대 걸어서 올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지하철 티켓으로 이용 가능한 케이블카를 타고 사크레쾨르 대성당 바로 앞까지 편하게 올라갔습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시내는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했습니다. 테르트르 광장에서는 거리의 화가들이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는데, 호객 행위가 조금 심하긴 했지만 그 또한 파리의 활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성당 계단에 앉아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하프 소리를 들으며 파리의 바람을 맞았던 그 순간, 아빠가 "힘들게 배낭 메고 온 보람이 있다"며 웃으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여행 초반의 긴장과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파리 시내 풍경 이미지


부모님과의 배낭여행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

부모님과 함께 프랑스를 배낭여행으로 다닌다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끼리 가는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준비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제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드립니다.

첫째,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하루에 명소 2곳 이상을 방문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오전에는 박물관 하나, 오후에는 공원 산책이나 유람선 탑승처럼 체력 소모가 적은 일정을 배치해야 합니다.

둘째, 한식은 필수입니다. 아무리 빵과 스테이크가 맛있어도 3일이 지나면 부모님은 김치찌개를 찾으십니다. 저희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기에 저녁에는 마트에서 장을 봐서 한식을 해 먹거나, 컵라면과 햇반을 챙겨 다녔습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내려와 먹었던 한인 식당의 김치찌개 맛을 부모님은 아직도 잊지 못하십니다.

셋째, 대중교통 이용 시 엘리베이터 유무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파리의 지하철은 100년이 넘은 곳이 많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이 수두룩합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무릎 관절에 치명적입니다. 가능하다면 버스를 이용하거나, 이동 구간이 짧을 때는 우버나 택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서로의 평화를 위해 좋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지하철만 고집하다가 나중에는 버스를 주로 이용했는데, 차창 밖으로 파리 풍경도 볼 수 있어 부모님이 훨씬 좋아하셨습니다.



글을 마치며

프랑스 파리는 화려한 예술과 낭만, 그리고 낡은 지하철과 소매치기의 긴장감이 공존하는 도시였습니다. 그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도를 보며 길을 찾고, 맛없는 샌드위치에 실망하기도 하고, 웅장한 예술 작품 앞에서 함께 감탄했던 모든 순간이 이제는 빛바랜 사진 속의 선명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하철 표를 잘못 사서 웃었던 일, 엄마의 배낭을 대신 메고 걷던 아빠의 뒷모습, 그리고 그 힘든 와중에도 자식들과 함께해서 행복하다시던 부모님의 말씀. 이 모든 것은 패키지여행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날것 그대로의 감동이었습니다.

지금 부모님과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떠나세요. 물론 현지에서는 싸우기도 하고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 평생 잊지 못할 가족만의 이야기가 됩니다. 부모님의 젊은 날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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